- 산행일자 : 2007년 2월 11일 일요일
- 산행지 : 경북 문경 산북면 공덕산(사불산, 913), 반야봉
- 산행코스 : 대승사주차장-방광재-반야봉-방광재-공덕산-헬기장-823봉-사불암-윤필암-대승사주차장(식사 휴식포함 약 4시간 30분)
경북 문경시 산북면에는 우리나라의 천년고찰 2곳을 끼고 있는 운달산과 공덕산(사불산)이 자리하고 있다.
운달산은 남쪽 기슭의 울창한 송림에 신라 진평왕 10년(588년) 운달조사가 창건한 고찰 김룡사(金龍寺)가 있고 정상쪽으로 대성암, 화장암을 비롯, 금선대가 기도도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운달산(1,058m)과 이웃한 공덕산(913m)은 이 산 중턱 바위 사면에 불상이 조각된 사불암이 있다하여 사불산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에는 신라 진평왕 9년(587년)에 창건된 대승사가 많은 고승을 배출하며 1400여년의 역사를 지켜오고 있다. 공덕산 사불산의 유래에 대해 대승사 사적비는 삼국유사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사불산은 본시 공덕산인데 신라 진평왕9년(587년) 정미에 사면에 불상이 조각된 불상이 일좌방장암이 홍사에 싸여 천상으로부터 공덕산 중복에 내려 왔다는 소문이 궁중까지 전하여 왕께서 친히 공덕산에 행행하시니…(중략)… 이로 인하여 산명은 사불산으로, 사명은 대승사라 칭하게 되었다."
공덕산의 동쪽으로는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라는 의미의 천주산이 우뚝 솟아있고, 공덕산 묘봉 아래의 묘적암은 한때 성철스님께서 수도하셨다는 기도도량으로, 운달산과 공덕산의 몇몇 암자들처럼 현재도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대구에서 오전 6시10분경 출발하여, 중부내륙고속국도의 선산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요기를 하고, 묘적암과 윤필암을 품은 대승사에 도착한 것은 지난 일요일(2007년 2월 11일) 8시30분경이었다.
대승사 경내는 하산하여 둘러보기로 하고 베낭을 정리하고 산행들머리 부근을 디카로 담고있는 사이 어디에선가 대웅전 쪽에서 흰 진도견(?, 이하 "백구"?) 한마리가 우리 부부를 향해 오고 있다. 사찰에서 개를 기르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라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는데, 우리부부 앞에 도착한 백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고 있지 아니한가? 기특한 마음에 등산장갑을 낀 손으로 볼을 한번 쓰다듬어 주니 우리부부를 앞서 먼저 산행 들머리로 진입하여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 사찰의 경내에서 기르는 개들이 등산용 스틱을 든 산객을 경계하며 짖어대는 경우는 가끔 보아왔었고, 그때 마다 사실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의 백구는 우리부부가 진행할 산길을 미리 알고나 있다는 듯이, 우리부부를 앞서서 산길을 안내한다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산길을 올라 능선에 도달하면 백구는 되돌아 가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그리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방광재에 도착하여 정상쪽으로 향하는 백구를 보내고 아내와 나는 암봉인 반야봉을 다녀오기 위하여 백구와는 반대방향으로 향하였고, 반야봉에 도착하여 대승사와 묘적암의 멋진 전경을 사진에 담고 있는 사이, 백구는 어느새 우리부부에게로 와 있었다. 멋대로 다니지 말라는 듯이...
아내가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을 꺼내 몇개를 먹으라고 권해보니 사양을 한다. 신기하다. 보통 등산객들의 별식 때문에 길들여진 그러한 종류의 개(犬)는 아닌듯 하다. 이후 본격적으로 정상을 향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백구는 우리부부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일정거리 이상을 떨어지지 않는다. 산길 주변 으슥한 몇 군데에 백구의 비상식량이 숨겨져 있는듯 하다. 어느 바위 밑에서 무엇인가를 찾아내어 식사를 하기도 한다. 앞서가던 백구가 갑자기 멈추고 자기 발밑에 있는 등로의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생수병이다. 들어서 자세히 보니 아직 뜯지도 않은 깨끗한 생수이다.(유통기한 2009년?월?일, 최근에 등산객이 흘려 놓은듯하다.) 뜻밖의 수확거리를 베낭에 챙겨 넣고, 백구는 정상까지 우리부부의 친구이자 충실한 안내견이 되어주고 있다. 4년 가까이 매 주말마다 전국의 산들을 아내와 아이들과 산행을 하면서 이러한 경우는 처음 겪는다. 참으로 신기하고 백구가 기특할 따름이다.
정상에 먼저 도착한 백구는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다. 큰 전망은 없는 터라 정상석 등, 사진만 몇점찍고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옆의 헬기장에 휴대용 돗자리를 편다. 간단한 식사겸 간식(반주)을 먹는 동안 백구도 우리 옆에 자리를 잡는다. 먹거리를 권해보지만 역시 사양을 한다. 몇번을 권해서야 불어터진 면 몇가닥을 받아 먹고는 우리 곁에서 잠시 졸고있다. 따뜻한 햇볕에 봄이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영특한 백구의 이야기로 아내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베낭을 꾸리고 돗자리를 접는 사이 백구도 일어서 출발준비를 한다.
옛고개에 도착하여 잠시 아내가 백구에게 장난을 친다. "이쪽으로 가야지" 하며 대승사로 바로 내려서는 길로 향하자 계속 진행을 하던 백구는 번개같이 되돌아와 아내를 앞서 내려간다. "어?, 아니네"하며 다시 돌아서 823봉으로 향하자 백구도 되돌아 다시 뒤를 따른다.
823 봉을 지나 삼거리 갈림길에서도 백구는 앞서가다 우리를 기다린다. 어느쪽으로 갈 것인지 묻기라도 하듯이...
사불암쪽으로 내려오다 바위전망대에서 백구는 바위위에 앉아 한참을 조망한다. 아내가 영특한 백구의 목을 쓰다듬어 준다. 사불암 근처에서 백구는 대승사 쪽으로 향하는 것 같다. 이미 산행이 끝나 간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부부는 비구니의 기도처인 윤필암에 들렀다가 대승사로 돌아와 경내를 둘러보며 백구를 찾아보지만 보이지가 않는다. 얼마나 서운하든지, 이별의 인사도 못했는데...
우리부부가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우리 진도견(?)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이다.
약 5시간 가까이 같이 산행을 하며 느낄수 있었던 것은, 백구는 공덕산(사불산)의 산줄기 및 산길을 환하게 꿰고 있었고, 산행을 즐기면서 우리부부를 안내를 하는듯한 인상을 받았으며, 출입이 통제된 스님들의 기도도량으로 안내하는 일은 결코 없었고, 등산객에게 위협을 주거나 귀찮게 하는 행동거지가 없었으며, 앞서거나 뒷서거나 하면서도 사람의 통행에는 지장이 없도록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였고, 우리부부가 휴식을 취할때는 기다려주는 미덕을, 또 하나 신기한 것은 산행을 하는 동안 내내 짖거나 끙끙대는 경우가 한번도 없었다는 점 등 이다.(물론 경내에서도 짖는 경우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 의해 길들여 졌다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백구는 어른스러웠고, 깊은 수양을 한 것 같았다.
기회가 닫는다면 멋진 산행가이드인 백구와 한번 더 공덕산 산행을 하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번에는 묘봉을 거쳐 묘적암, 윤필암으로...
-함께 : 아내,대승사에 거주하는 듯 한 흰진도견 백구(?)
대승사 추차장에 주차를 한 후 대승사 쪽 전경(흰진도견 백구가 절에서 내려오고 있다)
베낭을정리하며 준비를 하고 있으니백구가 앞에와서 꼬리를 흔들며 쳐다본다.
볼을 쓰다듬어 주자, 우리를 안내하듯 저곳으로 앞서 올라간다.(산행 들머리, 스님이 수도중인 암자로 향하는 산길은 대부분 절에서 막아 놓았다.)
대승사 무료찻집 뒷편
방광재를 거쳐 반야봉에 올라서니 대승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뒤쪽 뾰족한 묘봉에서 내린능선 바로아래 성철스님이 수행하셨다는 묘적암이 희미하게 보인다.
반야봉의 모습과 고사목
하늘을 바친 기둥, 천주산
공덕산(사불산 정상)
정상의 고사목
앞서거니 뒷서거니, 백구가 오늘의 산행의 가이드인양 갈림길에선 꼭 기다려주고, 스님들의 수도처를 피해서정상까지 우리를 안내를 해주고 있다.
정상부근에 있는 헬기장에서 식사를 하고있으니 백구가 옆에 와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며 졸고있다.
823봉 오르는 낙엽길, 백구가 또 앞서가고 있다.
823봉을 약간지나 삼거리에서 사불암쪽으로 하산하며 본 묘봉
하산길까지 안내를 해주고 있는 백구가 참으로 기특하다.
묘적암과 뒤쪽 운달산
사불암(바위 사면에 불상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 가장 뚜렷하게 남아있는 불상이다.)
사불암(옛날 붉은천을 두르고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전해진다.)
윤필암의 전경과 위쪽 묘적암
윤필암의 사불전
윤필암
대승사 일주문(사불산 대승사라고 현판이 걸려있다.)
사불암 이후 먼저 대승사 쪽으로 향한 백구는, 윤필암을 들러 대승사에 도착하니 보이지가 않는다.
이별의 악수라도 나누고 싶었는데...
대승사 주차장의 고도가 약 450여미터 되는것 같다.
별로 오름짓을 아니하고도 방광재(능선)에 도달하고, 반야봉을 다녀오고 정상 823봉을 거쳐 하산하는 동안 크게 힘든구간은 없다. 백구 덕분에 즐거움이 더한 산행이었다. 참으로 기특하고 영특한 우리의진도견이다.
코스나 소요시간 등을 보아 가족산행, 사찰산행으로서 무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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